새로운 시작
저번 주말부터 건축사시험 작도반을 개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.
할만하셨는지? 아니면 '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' 이런 생각만 드셨는지?
나도 그랬었다.
호기롭게 독한 한다고 가성비 0에 가까운 3개월을 혹독하게 보낸 후 지인의 추천으로 학원을 등록했었다.
학원 등록 전 상담전화를 했었는데
" 수업 시작하면 건축사시험 준비에만 올인해야 하니깐 남은 2주 동안 가족들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세요"라고 학원샘이 말씀해 주셨는데...
수십 년 전 군대 갈 때 듣던 말 같은데 말이야. 나 재입대 하는겨?
제도판을 잡아본 적도 없고, 제도용품 이름도 하나도 모르고, 그냥 학원에서 보내준 문자에 있는 준비물 그까이꺼 대충사서 그렇게 학원에서의 건축사시험 준비가 시작되었다.
지옥문 입장
이런 제길!!! 학원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건 가방 들고 들어가기도 좁은 좌석배치에 우리 딸도 안 쓰는 작은 책상이었기에 짜증이 확 밀려왔지만
어쩌랴... 이 또한 나의 운명인 것을!!!
뭔 글씨를 쓰고 선을 긋는데...
참 신기한 게 이것마저 안 되는 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???
멍한 눈동자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을 샘이 보시더니
"이제 시작이니깐 지금부터 너무 힘 빼지 마세요"
뭣이라고??? 겁나 달려야 한다며??? 그런 샘의 눈에 나는 총알받이로 보였나 보다. 복수할껴!!!
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작도반 1주 차 수업이 마무리되었다.
뭘 한겨!!!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손만 새까매지고!!! 도대체 뭘한겨!!!
기억할 한 가지
난 그날 딱 한 가지만 기억했다. 표준이 될까 말까 한 아이큐를 가졌기에 여러 가지를 기억하는 건 어불성설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.
"지금 이 반에서 작도반 과제 1등을 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!!!"
그래? 그런데 이반에 사람이 더럽게 많은데?
아냐. 일단 시작해 보자. 여기서 남들을 총알받이로 만들어보자!!!
첫 주 수업은 아마 분석, 배치 작도였던 걸로 기억한다.
거짓부렁 1도 안 보태고 식음을 전폐하면 죽을 것 같아. 식음 시간만 하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작도에 갈아 넣었다.
손가락이 붓던 새까매지든 말든 무식하게 작도만 쳤다.
처음에 2시간 걸리던 배치도가 일주일 동안 수십 장을 그렸더니 작도시간이 40분으로 줄었다.
개발새발 그린 거 아니다! 오해하지 말기를!!!
그리면 그릴수록 작도시간도 줄고 작도퀄도 좋아지는 게 보이니 혼자 미쳐가지고 한 장만 더 한장만 더 하며
엄청난 양을 들고 2주 차 수업에 참여했다.
작도는 유일하게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는 만큼 보답을 주는 녀석이다. 믿어봐라.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작도다.
멀지 않은 훗날(정확히 3주 후) 작도반 때가 천국이었구나를 깨닫기 전까지는 작도반이 젤 힘든 줄 알았다.
그래서 과제 1등 했냐고?
독보적 1등이었다.(시험결과가 그랬었음 좋으련만...)
그 이후로 3교시 작도 때까지 한 번도 과제 1등을 놓친 적도 없고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.
머리가 안 좋으면 몸뚱이로라도 때워야지!!!
건축사시험 준비를 이왕 시작했다면
최소한 작도반에서는 TOP3안에 들어보자.
이유는 차차 포스팅하겠지만
TOP3 안에 들면 합격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."